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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마녀의 Diary

수요일 마다 달리는 기분이 난 참 좋다!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우리집에선 사랑마녀의 조급함에서 우러나온 목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을 수 있고, 온 집안 식구의 혼을 쏙 빼놓고도 남을 에너지를 마구 쏟아내고 있는 정신없는 나 둥이맘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인즉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둥이들로 인해 전~ 혀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 안해본 교통지원 자원봉사를 시작하게되어 전혀 급할게 없는 둥이들을 재촉하여 함께 조금은 이른 등교를 하기위해 미친듯이 서두르는 둥이맘때문입니다. ^^

 사실 피곤을 붙들고 사는 둥이맘은 세상에서 내 몸 귀찮게 하는걸 제일 싫어하는 성격인데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선한 마음을 가졌다든가 뭐 그런 부류의 사람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어디서도 쉽게 만날 수있는 그런 줌마렐라이므로 이건 어디까지나 우연히 혹은 등떠밀려 시작하게된 봉사활동인 것입니다.

 매주 녹색교통대 어머니회 일원으로서 학교 앞 사거리 횡단보도를 아이들이 무사히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게 제가 할 일입니다.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일이고 일주일에 한시간만 시간을 내어 씩씩하게 횡단보도를 사수하고 오면 되는 일인데 뜻하지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건 바로 세상 걱정할거 하나없는 거북이사촌 둥이들을 얼르고 달래서 평소보다 30분을 일찍 등교를 시켜야하는 아주 힘든 일이 생겨버리고 말았다는거지요.

 아이들이 이제 1학년이라 둥이맘이 혼자 나가버리고 나면 저희들끼리 시간을 맞춰 등교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요일마다  눈도 잘 못뜨고 졸고 있는 아이들을 안쓰럽긴 하지만 세수 시키고 옷입히고 거기다 아침을 먹이고 난뒤에 제게 주어진 10분이라는 시간동안 모든 준비를 마쳐야하는 상황인지라 녹색교통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집에서 부터 기운을 쏙 빼버리게 되는 거지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제 말을 듣고도 그 장면을 충분히 상상 하실 수 있을 겁니다. 휴~ ㅠ.ㅠ

 녹색교통대 일이란 비오는 날은 비를 쫄딱 맞아가며, 태양이 뜨거운 날엔 따가운 햇살을 온전히 견뎌내며 예외없이 해야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날씨가 어찌되든 정해진 날엔 등교를 해야하므로 당연한 일이 되겠네요.

 사실 나 둥이맘이 학부모가되기 전에는 전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어 몰랐지만, 오래전부터 각 학교마다 어머니 사서회, 녹색교통대 어머니회 등등 여러 봉사단체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오로지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엄마이기에 엄마라서 힘들어도 그 일들을 기쁘게 해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 역시도 이제야 아침시간에 무심코 지나던 학교 앞 풍경속에서, 그 속에 항상 있어왔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어머니라는 존재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래서 사람은 자신이 겪어봐야 이해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생겨 났나봅니다.

 지금도 둥이맘은 남들이 물어보면 자신이 시작하게된 동기가 부끄러워 차마 봉사라는 말은 사용하지 못하고 그냥 횡단보도 지키러 나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우연히 하게 되었던 일이라 나를 제외한 다른 어머니들의  그 선한 마음을 오염시킬까봐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어느 날 우연히 수요일 아침마다 양쪽 어깨에 무거운 책가방을 각각 둘러메고, 양손에 어린 남자애 둘을 잡고 바람을 가르며 정신없이 달려가는 씩씩한 줌마렐라를 보게되신다면, 아~~  그때 그 사랑마녀가 태권V가 지구를 지키듯 횡단보도를 지키러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구나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도 울 둥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잠도 채 깨지 않은 작은 눈으로 웃음을 가득 담고 절 쳐다보고 있네요. 수요일마다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숨이 턱에 차도록 신나게 학교로 달려가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랑스런 저의 둥이입니다.

 꼬맹이들은 엄마가 학교에 간다는게 마냥 좋기만 하답니다. 제 엄마 다리 퉁퉁붓고 허리가 부러질듯 아픈건 아예 안중에도 없지만, 사실 둥이맘도 수요일마다 아이들과 미친듯이 달려갈땐 둥이들 못지않게 즐거움을 흠뻑 느끼고 있답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