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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마녀의 Diary

때론 엄마가 더 겁이 많다구요

 


 지금 제 옆엔 종일 편도선염으로 열과 실갱이 벌이던 아이가 가뿐숨을 내쉬며 자고 있습니다. 제가 먹인 병원약과 해열제로 열과의 다툼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있네요.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분명 엄마와 이어진 탯줄을 잘라내며 세상에 나옵니다. 하지만 신비롭게도 아이가 어느정도 클때까지는 비록 탯줄을 잘라냈어도 보이지않는 끈으로 연결되어있는거 같습니다.
엄마라면 다들 이런 경험을 해봤을거예요.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아이조차도 부부싸움으로 엄마가 아빠에게 화가 나있을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엄마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는듯 아빠를 경계시하고 아빠에게 무언의 화를 내니까요.
 
 지금 전 아이의 숨소리에 온통 신경이 몰려가 있습니다. 코가 막히고 열이 나는데가 목에 있는 모세혈관이 갑작스런 고열로 혹시라도 기도를 막아버릴까봐 아이의 숨소리가 편안하면서도 규칙적인 소리를 낼때까지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럴땐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게 나을 듯 싶어요. 병도 너무 자세히 알면 또 다른 병에 지레 겁먹기도 하니까요.
 
  엄마이기에 전 가끔 제 마음을 들킬까봐 큰소리를 칩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절 쳐다보는 아이에게 클땐 누구나 아픈거야 감기 별거 아냐, 약먹고 밥 잘먹고 잠 많이 자면 낫는단다. 물론 맞는 이야기지요. 머리론 백번은 맞는 이야기지만 가슴은 아닙니다. 아이가 다 나을때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면서 혹여 아이가 겁먹은 엄마마음을 눈치 챌까봐 조심조심 해야합니다. 아이는 엄마가 두려워하면 그 몇배로 큰 두려움을 경험 할테니까요.

 지금 전 아이가 막힌 코때문에 아주 잠깐 숨쉬는 term이 길어지면 깨지않게 조심스럽게 아이를 살짝 흔들어봅니다. 그리하여 아이가 푸~ 하고 숨을 내쉬면 긴장했던 저도 마음을 놓을 수있게 되지요. 아픈 아이에겐 흔하게 일어나는 이런 현상조차 얘사롭게 지나치지 못하는 저는 겁이 많은 엄마입니다.

  이 세상 엄마들중에 아픈 아이를 두고 편히 잘 수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겁니다. 물론 아버지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엄마와 아이는 10개월이란 특별한 시간을 공유해서인지 남들이 모르는 아주 특별한 투명 끈을 지니고 있는게 분명합니다.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전 아이가 아플때면 간호하느라 몸이 힘든것보다는, 약해지는 제마음을 남몰래 다지고 또 다지는게 더힘듭니다. 무서워 죽겠다고 큰소리로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게 엄마인 저 자신입니다.
이번 편도선염도 빨리 잘 이겨내길 조용히 빌어 봅니다. 병균들아 다 나한테 옮겨와라! 제발~

사랑해 영원한 내 아가들! ^^